이제 임베디드 개발은 취미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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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취미로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때?
(이 글은 지극히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또다시 필자가 “임베디드 업계”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최근에 저는 그동안 몸담았던 임베디드 업계를 떠나 잠시 개발을 쉬면서 칩셋 FAE 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히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링크 글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이 일의 주 임무는 칩셋을 사용하는 회사들의 기술 지원을 해주는 일입니다. 따라서 개발 방향을 고민하거나 구현, 디버깅 등에 대한 고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주로 고객사의 이슈 처리나 문의 사항을 답변해주는 방식의 업무가 대다수 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임베디드 제조 회사들의 프로그래머들이나 엔지니어, 관리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략 10여곳(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의 임베디드 시스템 제조 회사들의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했던 거 같습니다. 향후에는 더 많은 회사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전에 개발만 했을 때 알지 못했던 업계의 근황이나 시장의 상황 등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게 됩니다. 또한 임베디드 업계의 사정들도 파악하게 되지요.
아직 1년이 채 안됐지만 이미 저는 다시 한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임베디드 업계로 복귀는 어려울꺼 같다…
여전한 임베디드 업계의 열악함, 리소스 부족, 저 임금, 미래 불투명
최근에 고객사들을 상대하면서 관련 업계의 모습은 제가 떠나려고 결심했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열악함만 늘어난 느낌입니다.
고객사들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보면 내부 사정이 결코 좋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리소스는 부족한데 계속 인력은 빠져나가고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임금은 더 많이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똑같습니다.
심지어는 온갖 갑질과 꼰대스러운 문화를 가진 회사들도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80년대 군대식 문화를 가진 회사들도 2023년인 지금까지도 존재합니다. 최대한 고객사들을 도와주려고 해도 빨리 해달라고 재촉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거나 개발 스킬이 떨어지는 프로그래머들, 고인물로 표현되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들을 상대하다 보면 피곤하기 이를 때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각자의 회사에서 노력을 어찌어찌하면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물론 사람이나 회사는 바뀔리는 없지만요)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관련 제조업이 위기를 넘어서 사라질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일단 임베디드 시스템 제조업의 국내 시장 자체가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의 주요 부품들인 반도체등의 단가가 경쟁 국가인 중국이나 대만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단 1원이라도 저렴하게 제조하여 이윤을 남기려는 국내 임베디드 관련 제조업체들은 중국, 대만에 비해 경쟁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 회사들은 이런 불리함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매출 성장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하나 둘씩 중국이나 대만의 경쟁력에 밀려서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나 국내 제조업체들이 버틸지는 전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회사들은 이윤을 남겨야 하므로 현 상황에서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에게 많은 연봉을 절대 줄 수가 없습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에 속하지 않으면 중견만 되더라도 연봉 수준은 처참할 겁니다.
오히려 제조사가 아닌 제가 속한 반도체 공급 대리점의 엔지니어 연봉 수준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부품만 잘 팔면 많은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원가에 대한 압박은 제조업체에 비하여 자유로운 편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구조입니다.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혁신을 하거나 괜찮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부품을 싸게 구입해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겁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하드웨어 제조 원탑인 대만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 임베디드 제조 업체들도 중국에 OEM, ODM 을 통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가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중국에 외주를 주는 것이지요. 소프트웨어만 국내에서 개발한다고 해도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머들에게 높은 연봉을 결코 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시장의 상황도 점점 “임베디드 하드웨어”에 대한 자체 개발 선호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디바이스 자체를 아예 중국에 외주를 줘서 개발하는 겁니다. 그러면 서버나 상위 어플리케이션만 개발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되기 때문에 임베디드 장치는 신경을 안써도 됩니다.
즉, 임베디드 장치 개발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점점 임베디드 관련 프로그래머들의 설자리가 있을지 심히 우려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개발 요구사항은 점차 사라질 지 모릅니다. 대기업에서도 국내 중소 제조업체에 외주를 주느니 가격이 더 저렴하고 괜찮은 품질을 가진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외주를 주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도 순수 소프트웨어를 해야 하는 고민의 시기가 곧 다가올수도 있지 않나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이제 취미로 임베디드 개발을 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여전히 저는 임베디드 시스템에 관심이 많고 흥미 있어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을 본업으로 하는 것은 꽤나 비관적입니다.
이미 전 관련 업계에 대한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위의 글과 같이 단점에 대해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굳이 제가 부정적인 글을 더 써서 임베디드 관련 종사자들에게 우울감만 안겨주는게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만 지금이라도 대안을 찾아서 관련 분야가 발전해야 된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미 “임베디드 장치”가 메인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IT 시장은 웹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서비스” 분야에 많은 요구사항과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ChatGPT 같은 AI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메타버스, 가상현실 등의 SW 솔루션 기술의 요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SW 알고리즘” 이 중요해 지는 시대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작은 시스템에 최적화를 시키는 임베디드 장비/장치가 주가 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적은 리소스를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서 최적화를 시키는 작업이나 드라이버를 패치하는 작업은 이제 필요 없어질지 모릅니다. 반도체 회사들은 작은 사이즈에 큰 OS를 충분히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은 칩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들은 넉넉한 리소스에 알고리즘이 잘 짜여진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개발하면 됩니다. 굳이 C언어 같은 로우레벨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바, 파이썬, 자바 스크립트 같은 스크립트 언어들로 SW를 개발하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임베디드 분야를 하더라도 시스템 내부에 올라가는 SW 구현이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과거에 단가 가지고 이윤을 내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서서히 도태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몸담았던 네트워크 임베디드 장치/장비 업계들은 이미 국내에서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저렴하고 성능좋은 중국이나 대만의 장비들이 넘쳐나고 더이상 관련 국내 업체들의 매출 향상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네트워크 기능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관련 업계에 몸을 담게 되었고 특히 작은 사이즈의 임베디드 장치에 흥미를 느꼈지만 이제 직접 개발하는 것은 본업으로 삼는것은 얼마 못갈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번뜩이는 아이템을 개발하지 않고는 이제 국내에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임베디드 관련 종사자 분들은 제 생각에 동의 하시는지요? 동의를 안하시는 분들이 많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임베디드 분야보다는 웹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주 목표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penWRT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시작할 생각인데요, 그 때가 되면 임베디드 장치 개발은 주가 아닌 서브 도구로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은 취미로 해야 할 거 같습니다.